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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영화 『청설』 속 감성 스타일링 해석 (청설, 감성패션, 수어영화)

by 미니네즈 2025. 9. 13.

『청설』은 대만 청춘 영화의 부드러운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수어(手語)와 눈빛, 조용한 몸짓들로 감정이 오가는 영화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그 감정들이 인물들의 ‘옷’에서도 고스란히 흐른다는 점이었다. 말이 없는 장면에서도, 대사가 없어도, 우리는 그들이 어떤 기분인지, 어떤 마음인지 느낄 수 있었던 이유. 그건 아주 작고 단정한 셔츠 하나, 무심하게 접힌 소매 끝,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절묘하게 겹치는 색감들 때문이었다.

『청설』은 화려한 의상이 나오지 않지만, 그래서 더 빛난다. 디자이너라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스타일링이란 결국 감정을 입히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될 것이다. 조용하고 수수한 옷들 안에 담긴, 말보다 큰 감정들. 그걸 느낄 수 있었던 영화다.

청설_听说_聽說_Hear Me_2009
청설 2009 ❘ 출처 : 나무위키

소리 없는 대화, 옷으로 전해지는 진심

『청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주인공들이 말보다는 ‘몸짓’으로 소통한다는 점이다. 수어를 사용하는 캐릭터들 사이에서 옷은 말 대신 감정을 담는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양양(천옌시)과 팅팅(천이한)의 스타일은 무척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옷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양양은 줄곧 편안하고 스포티한 옷을 입는다. 후드티, 크루넥 티셔츠, 반바지, 헐렁한 바지 같은 아이템들. 컬러는 주로 연한 블루, 화이트, 그레이 톤이다. 전혀 꾸미지 않은 듯한 이 스타일은 그가 가진 순수함과 연결된다. 그리고 그 옷들은 땀과 물에 젖어가며 점점 감정을 머금는다. 마치 말보다 먼저 마음을 전하는 옷처럼, 그의 모습은 항상 무심한 듯 따뜻하다.

팅팅의 스타일은 좀 더 정돈되어 있다. 셔츠형 원피스, A라인 스커트, 얇은 니트... 무채색 위주지만, 소재에서 오는 부드러움이 그녀의 캐릭터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 겉으로는 차분하지만 그 안에 감정이 가득 차 있는 사람. 그녀의 옷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이야기하는 감정의 외피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는 옷이 더는 단순한 ‘입는 것’이 아니게 되는 순간들을 여러 번 만들어낸다. 가령 둘이 처음으로 진심을 나누는 장면에서도, 대사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서로의 옷이 자연스럽게 닿는 모습이었다. 어깨에 기대어 눕거나, 등을 토닥이는 순간들에서 옷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한다. 말 대신 손끝이,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소매가 마음을 대신했다.

의도된 평범함 – 청춘을 감싸는 스타일링

『청설』은 전형적인 청춘 로맨스지만, 스타일링은 전혀 전형적이지 않다. 흔히 청춘 영화에서 기대할 법한 ‘트렌디한 옷’, ‘개성 넘치는 스타일’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함을 선택함으로써 훨씬 더 정제되고 진짜 같은 청춘을 담아낸다. 그리고 그 ‘의도된 평범함’은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보면 정말 탁월한 선택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브랜드가 드러나는 옷을 입지도 않고, 유행을 따르는 느낌도 없다. 티셔츠 하나, 리넨 셔츠 한 벌, 운동복 같은 편안한 옷들이 반복된다. 그런데 이 평범함 속에 감정의 균열이 고스란히 담긴다. 마치 누군가의 평소 옷장에서 꺼낸 듯한 그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인물들의 감정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특히 야외 수영장에서 펼쳐지는 장면들,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장면들에서는 바람, 빛, 피부, 천의 재질이 섬세하게 맞물리며 장면 전체에 감정을 입혀 준다. 인위적인 과장이 없어서 더 몰입된다. 이건 의상이 배경과 인물의 중간에서 ‘톤’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연출이다.

이 영화를 보며 디자이너로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건, 옷이 얼마나 ‘방해가 되지 않게’ 설계되었는가였다. 감정을 강조하면서도 시선을 빼앗지 않는 옷들. 무대에서 보여주기 위한 의상이 아니라, 실제 인물의 삶을 따라가는 옷들. 요즘 패션에서 ‘꾸안꾸’, ‘조용한 감성’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소비되고 있지만, 『청설』은 그것을 가장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게 구현해 낸 예라고 느껴졌다.

감정이 머무는 옷 – 조용한 패션의 본질

『청설』은 말이 많지 않다. 오히려 그 공백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영화였다. 그리고 그 여백 사이를 채워준 건 인물들이 입은 옷들이었다. 과하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지만, 아주 조심스럽게 감정을 감싸주는 옷들. 그 옷들이 있었기에 이 영화는 더 조용하고, 더 깊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디자이너로서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스타일링은 감정의 숨결을 입히는 일’이라는 걸 다시 확인했다. 청춘을 담은 영화였지만, 동시에 감정을 옷으로 번역하는 예술이었다.

2024년, 한국에서 청설(Hear Me : Our Summer)이란 이름으로 리메이크되어 다시 관객 앞에 섰다는 사실은 꽤 특별하게 다가온다. 2009년 원작이 담고 있던 조용한 감정의 진폭, 말 없는 사랑의 결이 그만큼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 아닐까. 디자이너로서도 흥미로웠던 건, ‘감정을 스타일링으로 전달한다’는 그 본질이 15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었다. 한국판 『청설』은 공간도, 얼굴도, 언어도 달라졌지만, 옷이 감정을 조용히 감싸주는 방식은 여전하다. 말이 없는 대신 색으로, 실루엣으로, 온도로 감정을 옮기는 옷. 『청설 2024』는 원작의 본질을 잃지 않은 채, 새로운 청춘의 얼굴과 스타일로 다시 태어났다. 그 자체가 디자이너에겐 또 다른 인사이트다 — 유행보다 오래가는 건 결국 ‘감정의 깊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리메이크였다.

『청설 (Hear Me, 2009)』 시청 가능 OTT 플랫폼 (2025년 9월 기준)

플랫폼 제공 여부 비고
왓챠 (Watcha) ✅ 시청 가능 정식 자막, 고화질 지원
웨이브 (Wavve) ❌ 미제공  
티빙 (TVING) ❌ 미제공  
넷플릭스 (Netflix) ❌ 미제공  
디즈니+ (Disney Plus) ❌ 미제공  
쿠팡플레이 ❌ 미제공  
유튜브 영화 / 구글 TV ✅ 개별 구매/대여 가능 3,000원대 / SD 화질
네이버 시리즈온 ✅ 개별 구매/대여 가능 모바일 및 PC 감상 가능
왓챠피디아 기준 평점 ⭐ 4.1 / 5.0 청춘 감성 로맨스 대표작

*OTT 제공 현황은 수시로 변경될 수 있으니, 시청 전 각 플랫폼에서 최종 확인하시기 바랍니다.